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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송준기 배우가 출연한 영화 <로기완>을 연출한
김희진 감독의 2010년에 만든 단편 영화,
집안 형편이 어려운 병화(이지웅)은 자신의 돈으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아카펠라를 연습하는 등 노력을 많이 한다.
집에 있는 전집을 흥정을 통해 100원이라도 더 받아서
수학여행에 신고 갈 운동화까지 사면서 병화는 한껏 기대에 부푼다.
눈에 안대는 한 번씩 반대로 바꿔 끼우면서
자기 삶의 부족한 부분을 돌려 막는 그런 기분이다.
하지만, 녹즙 배달 월급을 받기로 한 날, 사장은 말을 바꾼다.
보증금 운운하고 첫 달 월급을 주는 곳이 어딨어?라고 발뺌한다.
결국 병화는 학교 행정실에서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한다.
수학여행에서 부를 아카펠라 연습을 하긴 하지만
합창이 잘 되어서 오히려 속상하다.
수학여행 때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그 탓을 들어야 하는 병화의 속도 타들어간다.
내 잘못이 아닌데, '죄송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는
집에 왔는데 형이 병화의 신발을 신고 가고 병화와 몸싸움까지 하게 된다.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 병화의 작은 소망을 가까운 사람이 하나씩 뺐어가는 거 같다.
병화와 같은 처지의 아이가 2명이 더 있다.
수학여행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선생님,
뭔가 특별한 거 같은데 진짜 '수학'을 하는 선생님과 무표정하게 수업을 받고
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아이들
어두운 터널을 지나자 한강이 갑자기 그 아이들 눈에 들어오고
한강이 흘러가서 닿는 '서해' 바다로 선생님과 떠난다.
"병화는 그거 눈병이니?"
"네, 알레르기"
밥이 나오기 전에 나온 멍게는 아이들에게 좀 생소하고
선생님이 먼저 먹자 아이들도 주섬주섬 집어먹는다.
수학여행이라는 것,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
멍게를 먹어보지 못한 아이들,
육지에 있는 배, 어떻게 육지로 올라왔을까?
한 아이는 밧줄로 끌어당겼을 거라고 하고
선생님은 바닷물이 저기까지 들어온다라고 하시면서
버려진 우산을 말뚝 삼아 백사장에 꽂는다.
선생님이 바닷물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말뚝에 물이 들어오는 시간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그때까지는 자유시간, 서로 이름도 몰랐던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건넨다.
"근데 너 그거 눈병 아니지?"
"어, 그냥"
"한쪽 눈을 가리면 한쪽 뇌가 자는 거야"
"효과 없어"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거든"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다던
아이들도 바닷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들어온 것처럼
서로 친해져서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점점 바다로 걸어간다.
병화가 벌칙으로 바다를 행해 걷고 바닷물에 신발이 빠진다.
물끄러미 운동화를 내려다보는 병화,
'자연생태체험학습' 플랜카드를 3명이서 단촐하게 들고
사진을 찍는데 옆 친구가 병화의 안대를 벗긴다.
다시 일상, 병화의 운동화에는 그 날 함께 따라온
서해의 모래가 들어 있다.
이제 안대를 안해도 된다.
병화는 '수학여행'을 통해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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