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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와 이데올로기]리뷰 2023. 7. 6. 08:00728x90반응형수프와 이데올로기일본인 사위를 극구 반대하던 부모님. 엄마는 오사카로 처음 인사 오는 일본인 사위를 위해 터질 만큼 속을 꽉 채운 닭 백숙을 정성껏 끓입니다.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남편에겐 그저 신기할 뿐인 내 가족. 어느 날, 엄마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향 제주도의 기억을 들려줍니다. 이제는 점점 잊혀져 가는 아픈 기억을 안고사위가 끓인 닭 백숙을 먹고태어나 처음으로 함께 제주도에 갑니다.“서로 생각이 달라도 밥은 같이 먹자”우리는 식구(食口)입니다.
- 평점
- 9.5 (2022.10.20 개봉)
- 감독
- 양영희
- 출연
- 강정희, 양영희, 아라이 카오루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는
4.3 사건의 증언을 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졌던 그날의 만행을
경찰들이 학생들, 임산부까지 쏴 죽이는 그날의 광경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어머니의 말은 담담하게 전하지만
그때의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지도 있었다.
"아까운 목숨이야"
대동맥류 치료를 만난 어머니는
18세에 제주에서 겪은 4.3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로 시작된 내레이션
'수프와 이데올로기' 제목이 나오고 영화는 시작된다.
2015년 일본의 강정희 여사,
골목 바닥에 물을 뿌리면서 딸에게 말을 건넨다.
"미국 놈과 일본 놈만 아니면 된다.
조선사람이라야 좋다. "
과거에 촬영된 테잎에서 아버지는
딸의 결혼을 걱정한다.
"일출은 성산~"
취기가 얼큰하게 오른 아버지는
속옷만 입은채
"한라산 허리에 흰 구름 좋다"
제주의 노래를 부른다.
"자라는 농부 부하는 제주~"
"이 집 저 집에 웃음이 낭랑"
"섬나라 이땅에 살기도 좋다"
"에라 좋구나 제주도로구나~"]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2015년으로 돌아왔고
집에 모셔진 아버지의 사진 앞에 어머니가
귤을 가져다 놓는다.
2009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제주 출신인 아버지의 유골은 북한에 모셔졌고
감독은 북한 입국이 금지되어 있어서
성묘를 하지 못한다.
어머니와 누운 딸(감독)은 10년 혹은 20년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머니를 어디에 모실지에 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 한다.
"엄마 혼자 외로워요"
"할 수 없지"
재일 코리언이 1/4인 오사카시 0000현
남한 출신이 많았고
정치적 사상의 선택을 해야 했다.
위로는 3명의 오빠, 그리고 감독인 딸이 있다.
과거 사진을 정리하던 엄마
오빠들은 조선학교에 다니면서
북송사업으로 북에 입국했다.
평양 정부가 부모에게 내린 훈장은
오빠들에게는 보험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뺐긴 오빠는 우울증에 걸렸다.
그리고 2009년 오빠 건오는 죽었다.
통장 앞에서 어머니는
할 말이 없다.
오빠에게 보내는 소포는
어머니가 진 빚이다.
아들을 생각하면 빚을 져서라도 돌보고 싶은 마음
딸은 어머니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가족이니까,,,,
한 집만 도와줄 수가 없으니까,,,,
딸은 북에 있는 오빠에게 보내는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빚을 갚고 싶다.
"할만큼 했어요"
"충분히 했고, 사람들도 알아요"
딸은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다.
2016년 여름
어머니는 부엌에서 큰 솥을 찾는다.
냉동칸에서 꺼낸 인삼, 마늘,
잘 손질된 닭에 인삼, 마늘을 넣는다.
솥에 물을 넣고 닭을 삶는다.
닭이 잘 삶기는 동안
김치를 먹기 좋게 썰고
밥을 안친다.
이 더운 날에 양복을 빼 입은
한 남자가 캐리어를 끌고 엄마의 집에 온다.
그는 도쿄에서 온 그는
기자로 일하고 있다.
쇼핑백에서 꺼낸 것은 제철 과일
엄마는 제멋대로 하는 딸을 멋쩍게 소개한다.
그는 결혼 허락을 받으러 온 것이다.
딸보다 나이는 적다. 그래도 39
엄마는 이리저리 두 사람이 잘 맞는다고 이야기 하는데
나이차이가 12살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예비사위
겨우 윗옷을 벗고 집을 둘러본다.
엄마는 잘 삶긴 닭을 칼로 해체한다.
시원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 입은 예비사위는
한국식 닭수프, 백숙의 설명을 듣는다.
"정성을 들여야 맛이 있죠"
'어머니가 오랜만에 웃으신다'
'일본인과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하셨지만'
예비 장모님에게 듣는
영희의 어린 시절, 그리고 가족들
사진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북송된 가족을 설명하는데
뭔가 허전하다.
그리고 가족이 아닌 이들의 사진도 있다
시장에서
의 장모와 사위
장모가 종을 보는 것을 도와주는 사위
집에 와서 같이 마늘을 깐다.
마늘을 까면서 사위의 직업상 일을 물어본다.
마늘을 까면서 알아야 될 것이 많다.
그리고 백숙을 같이 만든다.
사위는 신기해서 연신 사진을 찍고
딸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조선 국적자'도 한국에 올 수 있게 한다는 말에
기대감을 가진다.
백숙을 안치고 사위는 어떻게 알았는지
아버님이 좋아하는 위스키를 영전에 올린다.
4시간이 지나 닭고기 수프가 완성이 되고
사위는 "마씨써요"라는 능숙한 발음으로 수프를 평가한다.
화장하는 엄마,
그리고 신부 화장을 하는 딸
족두리를 쓰고 화장을 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자기가 어렸을 때를 떠올린다.
결혼 사진
한복을 입은 딸과 사위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엄마의 손에 들려 있던 아빠의 여정사진
사위의 손에 들려 결혼 사진을 찍는다.
이제 엄마와 두 사람과의 사진 촬영
엄마의 손에는 아빠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다.
"내가 죽거든 관에 넣어줘"
엄마는 함께 촬영된 사진이 낯설지만
너무 기쁘다.
아버지 영전에 받쳐진 사진 하나
사위 혼자 백숙 찬거리를 산다.
계절은 지나 사위는 외투를 입고 있다.
비장하게 앞치마를 하는 사위
생닭은 손질하고
마늘 속을 넣는다.
속을 다 넣고 꼬매는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장례식 초대장을 받은 두 사람
'장례식 견학'이라는 초대장은 뭐하는 견학일까?
86세
된 어르신에게 장례식을 보러 온다는게 이해되지 않는
사위는 더 이상 그런 초대장을 보내지 마라고 한다.
사위는 잔뜩 화가 났다.
차라리 블랙리스트에 올리라고 한다.
"데이 케어 센터'에서 온 엄마
앞치마를 입은 사위가 생경스럽다.
사위가 한 백숙, 맛은 어떨까?
2017년 11월
제주 4.3 연구자가 엄마의 집을 방문했다.
인터뷰를 하거 온 것이다
애월면 하귀리 상동,, '개물'
엄마가 있었던 곳, 냇가가 졸졸 흐르고
사람이 얼마나 총살을 당했는지
그 냇물이 피로 물들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그때의 기억을 이야기 한다.
외삼촌이 다 돌아가셨다.
남동생을 데리고 3살된 동생을 엎고
한 사람당 일본 돈 9천엔으로 일본으로 밀항으로 했다.
이 날부터 엄마의 치매가 급 진행되어 가족을 찾기 시작한다.
"상철이 없니?"
엄마는 들어왔다 나갔다는 반복하는 형광등처럼
기억이 깜닥깜박한다.
상철 외삼촌은 북에서 이미 돌아가셨다.
엄마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으셨고
의사는 엄마의 말을 부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한결 쇠약해진 엄마,
딸은 서둘러 엄마의 집에 가서 엄마를 돌본다.
건오를 찾는 엄마, 건오는 하늘 나라에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또 학교에 갔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건오 오빠는 방금 나갔어요
'어머니 깨우지 말라고 '다 나가고 집에 우리만 있어요
자신의 손등을 매만지는 엄마, 아버지도 찾는다.
'아침 일찍 나갔어요'
가족을 찾는 엄마는 혼란스러워 보인다.
사위는 말 없이 장모의 등을 주물러준다.
엄마는 '하트풀'이라는 곳에 입소를 하게 된다.
사진을 가져가는 것이 좋을지, 애착 물건을 가져가면 좋을지
그저 엄마를 안심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앨러지는 있는지, 싫어하는 것은 있는지
입소를 앞둔 엄마가 쓸쓸할까봐 딸은 걱정스럽다.
혼자 있으면 여러 문제에 노출되기에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돌봄 시설에 보내야 하는 딸의 마음을 이야기로 전한다.
엄마는 그제서야 웃는다. 딸의 마음을 알아서인가
우연히도 요양보호사는 자이니치 코리안이다.
엄마의 외로움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사위는 가야 하고 일해서 돈 벌어 장모님에게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한다.
"내 신세야" 엄마는 또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는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돌아오신다.
엄마의 노래,
'정가로운 샘물이 여기에 솟아라~'
딸은 울음을 애써 참는다.
2018년 3월
집으로 가는 딸의 발걸음이 바쁘다.
오래 있을 생각인지
캐리어가 크다.
엄마가 제주도로 가게 된다.
강상숙이라고 적어야 하는데 '한'이라고 먼저 적고 다시 적게 된다.
엄마의 역사적인 서명 순간
'한번만 쓸 수 있는 한국 여권'
한국 국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8년 제주
휠체어를 탄 엄마는 입국심사대에서 긴장된다.
관광버스에 탄 엄마는 제주의 모습이 낯설다.
"나무가 많네"
어머니에게 제주 풍경은 바다와 밭이었이었지만
70년이 지난 제주의 모습을 본 엄마는 모든게 낯설다.
제주 4.3 평화공원
엄마의 외삼촌, 그리고 옛 약혼자 김봉희의 이름은 추모공원에 없다.
하지만 엄마는 외삼촌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아버지 고향 대림리, 어머니의 고향 하귀리에도
희생자가 많았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한적한 바다.
엄마의 손을 연신 주물로 주는 딸,
기억과 시간을 잃어가는 어머니
기억을 못하는 걸까?
기억하기 싫은 것일까?
1910년
일본의 아시아 침략이
확대일로로 치닫던 중
1930년 어머니는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황국신민을 강요하던 그때 어머니는 일본 이름을 써야 했다.
공습 경보,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는 '어느 편'일까?
어머니가 15세가 되던 1945년 미군의 대공습이 오사카에서 있었다.
소이탄이 쏟아졌고 오사카는 잿더미가 되었다.
일본에 친척이 없던 조부모는 제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해방후 남한 단독 선거에 반대하는 소리가
제주도에서 나왔다.
제주도로 피난한지 3년 후
한라산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잔인한 진압 작전이 제주에서 벌어졌고
군경은 무장대가 있는 산을 중심으로 출입을 금했고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초토화 작전을 펼친다.
1만 43백여명이 죽고
18세였던 엄마는 의사인 약혼자를 잃는다.
약혼자가 무장대에 관여하였기에 엄마도 위험했다.
그래서 두 동생을 데리고 30Km를 걸어 밀항을 하게 된다.
제주에서 바닷가를 걸었던
그 옛날 기억을 물어본다.
애월에서 조천까지 동생을 엎고 그 먼길을
"아무한테도 말한면 안 된다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딸에게 처음 4.3사건에 대해서 엄마가 한 이야기였다.
경찰의 눈을 속이기 위해 남매가 산책을 나왔다고 했다.
4.3 추모공원 추념식
모녀는 애국가를 몰랐는데
엄마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려 노력한다.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4.3 사건 연구소를 찾은 엄마,
그때의 기억을 엄마는 하지 못한다.
딸에게 했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엄마,
아무런 말을 못하는 엄마, 딸은 답답하지만,
이야기를 억지로 이끌어내기도 힘들다.
북한을 지지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많았던 오사카
그 이유를 몰랐던 딸은 제주에 와서, 4.3사건을 마주하면서
엄마가 왜 북한을 지지하고 살았는지, 북에 오빠를 다 보냈는지
원망했던 딸은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된다.
2019년 4월
조금 더 수척해진 엄마는 일본에 있다.
사위와 딸은 엄마 집 앞의 화분을 정리한다.
결혼사진을 보여주는 딸 내외
영희를 앞에 두고 계속 영희를 찾는 엄마
역시 아버지도 찾는다.
엄마의
집에서 북에서 촬영된 사진을 하나씩 내려는 딸
그래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진은 남겨둔다.
평양에 있는 조카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메일을 보낼 수 없기에 긴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가족들
어머니가 치매로 북송사업을 잊어버렸다는 말은 쓰지 못했다.
그리고 편지도 보내지 못한다.
언젠가 어머니의 유골을 평양으로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막연하다(딸은 북한 입국이 금지되어 있다)
<디어 평양>,<굳바이, 평양>
가족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어머니의 과거를 따라가다 마주한 제주 4.3사건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와 제주의 4.3사건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서 배제된 재일 교포
사상과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같이 밥을 먹자, 함께 살자'를 이야기 하기엔
한국 근대사는 상처가 너무 깊다.
일제치하에서 미군의 공습을 피해
제주도로, 제주에서 4.3 사건을 피해
일본으로,
미국놈과 일본놈은 안돼라고 말한 아버지의 심정도 이해가고
북송 사업에 빚을 내가면서 아들을 도와줬던 엄마의 심정도 조금 이해가는
이념은 사람들을 편가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본인 사위와 함께 먹는 백숙
한복을 입은 일본인 사위
모두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모습이다.
그런 소소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 강정희(엄마)는 무사히 남편의 곁(평양)으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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