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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다] 순환하는 자연처럼 사람의 관계도 회복될 수 있을까?리뷰 2023. 6. 22. 08:00728x90반응형
<파씨의 입문>을 영화화했다.
아버지와 의절한 제희는 집에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오랜만에 집에 내려간다.
집에 도착한 제희는 동생 연희와 연희의 남자친구 석우를 만나 어색한 식사를 하게 된다.
"우연하게 어머니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집에서 밥 먹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엄마도 좋아해 얘도 날 좋아하고"
연희는 그렇게 처음으로 제희에게 석우를 소개하게된다.
연희가 사라지자 말 한마디 없는 두 사람
석우는 목이 메인다.
"형님, 닮으셨어요, 아버님이랑"
"아, 손이요 손, 손"
"아버님 손 진짜 크시잖아요"
석우는 아직 제희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몰라서
아버지가 멧돼지를 잡은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한다
제희는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눈치 없는 석우
"엄마는?"
"엄마? 왜?"
"석우 오빠 어때?"
제희는 동생이 깍던 과일을 자신이 깍고
동생은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로 보지 않고
제희는 아버지 친구 경수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일을 돕게 된다.
농사일이 서툰 제희
경수의 타박을 듣지만 묵묵하게 일을 거든다.
"픽 쓰려져 가지고 식구들 고생시키고"
"그래도 연희가 제때 발견 못했으면 느그 아버지 진짜 황천길 갔다"
제희는 아버지가 어떻게 병원에 입원했는지 경수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된다.
"느그 아버지 참 독한데, 외로운 사람이야"
"그냥 뭐, 한번씩 보기만 해, 그러면 뭐, 미워해도 괜찮다"
경수 아저씨는 한참을 뜸을 들이며 제희에게 조언을 한다.
아버지의 과수원을 서성이는 제희
무슨 생각일까?
권위적인 아버지가 미운 걸까
그래도 꿋꿋이 일하다가 쓰러진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생긴걸까?
경수 아저씨의 말처럼 그냥 한번씩 보러 오면 되는걸까?
과수원에서 한참을 생각하고 있던 제희에게
연희는 멀찌감치 떨어져 쪼그려 앉는다.
어둑어둑한 밤
남매는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길을 걸어서 말 없이 한참을 걷는다.
"너가 아빠가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며?"
"응"
"아빠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근데 그게 맘이 편한거야, 평생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한동안 병원에 안 갔었어, 못 가겠더라"
"오빠 언제까지 있다가 갈거야?
"글쎄"
"그럼 내일 식당으로 와 밥 먹으러"
"그래"
<아워바디>,<버티고> 이성은 촬영 감독의 첫번째 연출작
<더 글로리>, <재벌집 막내 아들> 등의 작품에 출연한 강길우 배우
<만인의 연인>, <홈리스>에 출연했던 박정연 배우
<악인은 너무 많다> 등의 작품에서 등장만으로 무서운 김준배 배우
가 출연한 영화다.
영화는 한번도 나오지 않는 아버지가
주인공인 제희에게 어떤 의미이며
또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관해서
보여준다.
제희가 의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속박과 폭력을 경험했기 때문인데
여동생인 연희의 남친 석우가 아버지를 높게 평가하는 것과
친구인 경수가 제희에게 건네는 조언이
제희를 힘들게 한다.
어스름한 저녁, 그리고 새벽녘처럼
제희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도 또 의절이 계속 될지도
모르는 불분명함이다.
영화에서는 제희가 과수원에서 혼자 고민하는 장면,
경수가 아버지 이야기를 넌지시 건네는 장면
새벽에 누군가 마을 길을 걸어가는 장면 등에서
대사와 움직임이 없이 길게 촬영한다.
계절이 바뀌면 또 시간이 변하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제희의 마음에도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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