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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넘실거리는 제주의 바다.
96세의 노인은 그 높은 파도 앞을 걷는다.
바다속을 유영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그 노인의 제주 방언이 섞인 말은
"빨간 물꽃" 이야기를 한다.
그 빨간 물꽃까지 간 사람은 그 노인 밖에 없다.
서귀포시 삼달리
하얀 머리를 뒤로 묶던 해녀에게 전화가 온다.
"바다에 가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막내 아들이 바다에 나갈까봐 걱정인 엄마.
아들 몰래 바다로 나간다.
빨래는 널고 있는 막내 해녀
아이들을 문으로 밀어넣으며
덜덜거리는 포터를 몰아서 바다로 나간다.
삼달리 해녀촌
89세의 해녀 현순직은 34세 채지애의
해녀복을 이리저리 챙겨준다.
검은 현무암과 낮게 출렁이는 삼달리 바다로 나간
순직은 "우리 아이들 보면 난리나겠어"라고 하지만
홀로 얕은 바다로 나가 수경에 바닷물을 뿌려서
서서히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내가 숨이 길대"
물질 87년인 순직은 주변에서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소라는 굵은 것이 있다.
그 요령을 얻어서 그런 밭을 잘 찾아다녔어"
[여] 바다 속의 언덕
을 잘 찾아다녔던 순직은
소라를 잘 찾아내는 것은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가 '상군'이었어"
[상군] 해녀에서 계급이 높은 계급
"나 안 다녀 본 곳이 없어"
"물질하러"
통영, 부산, 강원도, 독도까지
1등 해녀 순직은 여러 곳에서 물질을 했다.
독도에서는 3년을 살았다.
55세 막내 아들 김용철은 그때의 이야기를 한다.
배 위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했던 이야기를 한다.
"그냥 죽으나 물에 둥둥 떠서 죽으나"
숨을 참다가 훅하고 정신을 잃으면
사고가 난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해녀의 노래,
해녀가 물질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부른 노래
[영등굿]
해녀들은 각종 해산물을 제수로 올리고
무당과 함께 무사안녕 물질을 바라는 마음으로
치성을 들인다.
해녀는 죽으면 용궁으로 간다고 한다.
오리발에 줄이 감겨서 죽을뻔한 해녀,
용왕할머니가 도와서 살았다고 한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파도야) 쳐라, 쳐라'
"재산도 없고 남편은 각시를 여러명 얻어 밖으로 돌고"
혼자 아들 삼형제를 키우고 아들들에게 집도 사주고
그렇게 순직은 억척같이 물질을 했다.
해삼을 따온 막내 해녀 '지애'
해녀를 시작한지 1년 8개월, 9개월 정도 되었다.
꿈에서 보이는 소라, 중독이 되는구나라고 느낀 순간이다.
강영희(64세)는 지애의 엄마다.
대학공부를 시키고 육지에서 취직도 했는데
딸이 돌아온 것이 엄마는 못마땅 한 것이 당연했다.
"왜 하필 물질이야?"
도시에서 도시병을 얻은 딸이 물질을 한다고 했을 때
엄마가 한 말이다.
"내가 아이들 우윳 값이라고 벌어야지"하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는 물질
3개월 동안 지애에게 아무런 말을 안하신 엄마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딸이 물질을 안하길 원하셨을 것이다.
"물에 처음 들어갔는데 물 멀미를 엄청한 거예요"
"시퍼런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에 떠 있으니까"
죽지 않으려고 테왁에 있는 힘껏 붙어 있으니
금새 지쳐서
근처 삼촌이 소라 잡아라라고 던져준 것을 받아 온 것이
처음 물질이었다.
그렇게 잡아 오니 "너도 해녀다"라고 인정을 받은 셈이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보말을 넣은 라면을 끓여주셨다.
딸이 멀미를 하는 것을 알고 해주신 것이다.
물질에 신이 난 딸은
조류가 바뀌는 것을 몰라
죽을 뻔한 이야기를 한다.
딴 미역이 아까와 해류에 밀려가다가
해경에 구출된 이야기, 결국 뉴스에까지 났다고 한다.
[빗창] 물질 도구
가 없을 때만 보이는 큰 전복
제주에도 겨울이 찾아왓다.
흩날리는 눈비가 내리는 곳에
해녀는 물질을 멈추고 해녀복을 손질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 얼굴만한 해삼, 소라가 요즘 잘 보이지 않는다.
바다의 오염,
근처 양어장에서 나온 폐수는 바다를 뿌옇게 하고
물질을 준비하던 해녀들은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늣] 이끼가 이어야 소라가 그걸 먹고 사는데
바다는 늣이 없어지고 하얀 여(바위)로 바뀌고 있다.
"입덧을 안했어요 신기하게"
"바다에 가면 입덧을 안하더라고요"
애기 해녀라는 말을 떼기 위해서는 3년이면 될줄 알았다.
그런데 지애는 엄마가 5년은 걸릴 것이다라는 말을 이제는 이해한다.
이제 요령이 생긴 것이다.
물질을 잘하려면 '요령'이 있어야 한다는
순직의 이야기가 맞다.
머리를 자르던 순직은
죽을 때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으면 안된다고 하여
거울을 보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른다.
농 안에는 자신의 영정사진, 수의가 있다.
홑적삼, 수의도 바느질로 한땀한땀 지었다고 한다.
바다의 오염으로
감태도 없고 소라도 없어지는 제주 바다
상군해녀였던 '순직'에서
막녀해여인 '진애'에게로
물꽃의 전설이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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