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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우리가 소희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주자.리뷰 2023. 4. 6. 09:00728x90반응형다음 소희“나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 평점
- 9.6 (2023.02.08 개봉)
- 감독
- 정주리
- 출연
- 배두나, 김시은, 정회린, 박우영, 송요셉, 박윤희, 허정도
호기심 많고 또 쾌활한 소희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좋아하던 춤을 뒤로한 채 현장실습을 나선다.
"나 이제 사무실 여직원이다"
한학년 선배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색한 정장 차림의 소희는 그에게 신나게 말을 건넨다.
소희가 하는 일은 콜센터 상담원
극 중에서 담임(허정도 배우)이 알고 있는
'고객들이 전화해서 모르는 걸 물으면 찾아서 대답'해주는 그런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였다.
대기업인줄 알았던 한국통신 0000의 콜센터는
사실 하청에 하청을 받아서 운영되는 곳이었다.
정직원의 수보다 실습생의 수가 많고 1년 안에 대부분 그만두는 곳
각 지역별로 경쟁을 하게 하고 통신사 해지를 원하는 고객을 설득시키는 일이 소희가 하는 일이다.
학교 다닐 때 소희는 '애완동물 관리학과'였다.
실습 중에 담임교사로부터 이름이 불렸을 때
취업을 할 수 있는 생각에 얼마나 신나고 설레었을까?
하지만 가서 실상을 마주했을 때
사회 경험이 없는 소희는 콜센터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회사는 소희를 '수습'이라는 명목하에
임금을 적게 준다.
정직원인줄 알았던 동료들도 알고 보면 대부분 수습, 소희와 같은 또래이다.
아이가 죽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통신사' 가입을 해지해달라는 사람에게도
소희는 상품을 판매하려고 한다.
수많은 소희들 중에서 소희는 인정받고 살아남아야 하니까
다닥다닥 붙은 자리에서 소희는
업무를 점점 익혀가는 와중에 문제가 생긴다.
바로 그를 처음 가르쳐줬던 팀장이 자살을 한 것이다.
그의 자살로 인해서 소희는 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그 팀장의 자살을 묻으려는 회사 측에 팀장을 모함하는 각서에 서명도 하지 않는다.
팀장의 죽음으로 인해서 변했던 소희의 마음은 또다시 변하게 된다.
해지를 원하는 고객의 요청을 바로 들어주는 것이다.
처음에 어렵게 적응하는 수습기간 - 실적이 좋지 않다.
팀장의 죽음 후 열심히 일함 - 인센티브를 받고 싶다.
직원들 회식 후 - 소희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로 이야기가 구성이 된다.
즉 고등학생이었던 소희가
회사에 들어가고 팀장의 죽음을 겪으면서 또 자신의 제대로 된 인센티브나 대우를 받을 수 없고
경쟁으로 내몰린 여러 고등학생 현장실습 사람 중에 하나라는 것을,,
소희는 어려운 것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아도 공감을 받기 힘들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은 학교를 자퇴했거나(현장실습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학교에서 엄청난 낙인이 찍힌다)
한 달에 한번 쉬거나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하기 때문이다.
회사,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졸업식날 교문 앞을 쓰는 아이는 빨간 조끼를 입고 있다.
소희가 그 옆을 지나는데 소희도 회사에서 그만두면 빨간 조끼 아이처럼 학교에서
낙인을 받기 때문이다.
학교 담임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운영되는 학교에 인센티비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나온 소희는
더 이상 이야기 할 곳도 의지할 곳이 잃게 된다.
영화 처음에 지하 연습실에서 올라올 때 내렸던 소복소복 내렸던 첫눈은
팀장의 죽음을 덮게 하고 소희의 눈물을 감추었다.
저수지로 쓸쓸히 걸어 들어가는 소희
소희의 죽음까지 영화는 1시간 10분 정도 흐른다.
이후 오유진 형사(배두나)는 고등학생의 죽음을 수사한다.
무미건조하게 진행된 수사
하지만 한 소녀의 죽음이 팀장의 죽음과도 연관이 되고
소희의 죽음을 슬퍼하기는커녕 이상한 아이를 회사에 잘 못 소개해줬다고 말하는
회사, 학교에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소희의 주변인을 만나면서
소희 같이 어려운 환경에 있고 존중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따뜻한 밥, 과일 등을 사주면서 반말로 이야기를 해준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니 탓이 아니라고,,,
오유진 형사는 관객의 입장에서 어떨 때는 회사에 윽박지르고
어떨때는 상사의 명령에 불복종을 하고 학교에서 교감에게 위해를 가하지만
오유진 형사는 큰 벽에 부딪히고 만다.
회사의 센터장, 팀장 / 학교의 담임, 교감, 교육청 장학사 / 경찰의 직속상관에게
왜 당신들이 그랬냐고, 미리 알아서 소희의 죽음을 막지 못했냐고 말을 할 수 있지만
다음 소희를 막기는 어렵다.
회사 / 학교 / 교육청에 붙은 취업률 현황판 / 실적이 진짜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숫자로만 평가하는 정량적 평가는 그 속에 속한 학교 / 회사 / 교육청의 구성원들을 바꿀 수 없다.
나중에 장학사가 배두나에게 '이제 교육부로 가실 거예요?'라고 말한 부분이 바로 그런 지점이다.
'인센티브'라는 말은 일을 열심히 하면 대가를 주겠다지만
반대로 열심히 해도 실적이 나지 않으면 지원을 끊거나 페널티를 주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처음에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진상'고객, 실적을 강요하는 '회사'에 분노했다면
소희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고 보호하지 못한 학교, 교육청에 더 분노하게 된다.
적어도 학교는 그런 인센티브와 같은 것보다
아이들의 면면을 보고 맞춰서 진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이미지 1 -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징계 후 복귀를 앞둔 날에 소희는 혼자서 맥주를 마신다.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있던 소희에게 문틈사이로 빛이 들어와
소희의 언발을 어루만져준다.
소희의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오유나 형사는 소희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그 맥주 가게에 가서 똑같은 메뉴를 시킨다. 밤에 갔을 때는 몰랐는데
오유나 형사가 교육청에 들렀다가 낙담한 순간 그의 워커 위로 한줄기 빛이 들어온다.
소희에게는 한줄기 희망이 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오유나 형사가 그 빛줄기를 이어받아 다음 소희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출되었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상징적인 이미지 2 - 첫눈, 쌓인 눈,
눈의 이미지는 영화의 첫 부분에 나온다.
소희가 좋아하는 춤연습을 하고 지하에서 나왔을 때
설레는 첫눈이 내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눈은 좋은 이미지를 가진다.
하지만 이후에 나오는 눈은
팀장의 죽음을 가리고
소희가 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도 눈이 바닥에 덮여 있고
저수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도 눈은 나온다.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소희에게
눈은 설레기도
또 부조리를 덮기도
소희의 어려움을 숨기기도 한다.
상징적인 이미지 3- 슬리퍼와 워커
소희가 마지막에 추운 한겨울에 슬리퍼를 신고 나선다.
겨울처럼 차가운 사회에서 버티기 힘들었던 소희를 대변하는 것처럼
소희의 마지막 길을 오유진 형사가 단단한 워커를 신고 걸어간다.
관객의 입장을 대변해 온 오유진 형사의 워커처럼 아이들의 마음이 더 단단해지길 원하는 마음이었을까?
영화 중간중간에 택배, 백화점 안내, 공장 노동자들이 나온다.
그들은 힘든 일을 하지만 더 무시를 당한다.
영화에서 오유진 형사가 힘든 일을 하는 '소희'와 같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제 우리가 다음 소희를 위해 따뜻한 눈빛과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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