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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카메라 뒤에 선 미운 오리리뷰 2013. 1. 12. 08:30728x90반응형
여자들 사이에
"남자가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만큼 지루한 이야기도 없다."
라는 말이 있듯이
군대 이야기는 남자들만 공유할 수 있는 기억과 추억의 집합체이다.
갓 성인이 된 남성들에게 군대라는 사회는 상식보다 계급이 먼저인
지배구조에서 오는 온갖 에피소드들이 많다.
군대를 어디에 갔다왔느냐에 따라 남자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나뉘기도 한다.
해병대냐, 특전사, 얼마나 더 빡쎈 군생활을 했는가에 따라
더 힘들었던 군대이야기를 장황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감독의 군시절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 사이에 민주화 운동도 있고, 군대내에서의 재밋는 에피소드들도 있다.
낙만의 아버지는 전직 사진기자다.
민주화 운동 당시 고문의 후유증으로 인해 낙만은 '육방'을 가게 되는 것이다.
고문 후유증으로 늘 돌봐야 했기에 방위를 갈 수 밖에 없는 명분을 만들어줬다.
이것이 나중에 '정의로운' 방위로 이어지는 유일한 연결고리가 될 수 없기에
정신줄 놓고 다니는 여자를 넣기도 한다.
암울했던 그때 시대상황을 먼저 끌고 가면서 시작하면서
뭔가 군대내에서 부조리를 사회에 투영시킬줄 알았는데
방위로 군복무를 하는 낙만(김준구)은 우스꽝스럽고 지극히 개인적인
군 생활을 묘사하기 시작한다.
이발병이 되었다가 사진병이 되었다가 장기병(장기두는 병사)까지...
해병대에게 일반 육군의 훈련은 아무 것도 아니게 보이듯이
일반 병사보다 약한 근무(출퇴근)를 하는 방위라는 설정자체를
무겁게 가져가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거기다 약간의 로맨스까지..
군대 영화라고 하기에도 이상하고
성장영화라고 하기에는 어정쩡한
그런 설정이 지속되다가
영화초반부에 나왔던 정신줄 놓은 여자와
아버지의 고문후유증으로 인해 갑자기 정의의 투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전의 코믹과 로맨스는 사라지고
주인공인 낙만은 비장해졌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달고,
차라리 군대내 계급이라는 서열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거나
방위라서 차별 받는 개인의 심정을 묘사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사가 빈약하고 재미없는 영화라도
맛깔나는 연기로 주연 같은 오달수에게도
이런 뜬금없는 설정은 힘에 벅찬 모양이다.
영화 <친구> 이후에 계속해서 하향세를 그리는 곽경택 감독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자전적 영화 <미운 오리 새끼>는 결국
곽경택 감독은 카메라 앞에선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카메라 뒤에 숨어버린
'셀프'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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