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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죽은 자에게 위로를, 산자에게 치유를...리뷰 2013. 4. 9. 08:30728x90반응형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오멸), 무비꼴라쥬상(오멸), 한국영화감독조합상-감독상(오멸), 시민평론가상(오멸)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월드시네마 극영화(오멸)를 수상한 '지슬'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제주4.3항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주도민들을 폭도로 몰아
전체 도민의 약 10% 가량을 무참히 죽인 일이죠
영화의 초반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연기속에서 한 남자가 나옵니다
(위의 사진은 영화 중반부에 나온 장면입니다)
그 연기 속에서 나온 남자는 연신 칼을 가는 남자에게
칼을 빌려서 과일을 깎아서 먹죠.
그 뒤에는 무시무시한 살육의 현장이 남겨져 있습니다.
영화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군인들이
힘없는 어르신과 어린 아이까지 왜 죽여야 했는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 나온 죽이는 자와 죽는 자 모두
먹고 살기 위해 한 행위임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영화 제목 '지슬'은 제주방언으로
'감자'라는 뜻이죠.
살육을 피해 피난을 가는 양민들에게 한끼를 해결 해주는 것도 감자였고,
살인이 싫어서 심한 얼차려를 받던 한 군인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친구가
가져다 줄려고 했던 것도 감자였죠.
죽이는 자와 죽는 자,
둘다 제주도 바다를 건너온 설명조차되지 않은 '명령'에 의해
서로를 죽이거나 죽는 참혹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지슬'의 부제 끝나지 않은 세월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역사 속에 잊혀지거나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순간들이 많습니다.
위인이나 영웅은 한 사람의 업적으로 추켜세워주지만
고난을 겪은 힘없는 민초들의 작은 이야기들은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신위 神位.신묘 神廟.음복 飮福.소지 燒紙 라는
굿의 형식을 빌려와서
죽은 자에게 위로를, 산자에게 치유를 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최근 북한 개성공단 철수를 비롯해
흉흉한 소식이 많이 들리고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러나 정작 위기에 놓인 남한(북한과 대비해)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쫓겨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영화에서 나올법한 아이러니에 놓이게 되었죠.
'지슬'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군인들을 피해 동굴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이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렇죠.
그들은 감자를 나눠 먹으며'먹고 사는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주지 않으면 우리도 결국 그들처럼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끝나지 않은 세월, 잊혀진 역사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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